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8일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한경협은 정경유착의 오명을 씻고 민간경제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류진 회장은 “①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길을 열고, ②국민과 소통하는 동반자로 ③신뢰받는 중추경제단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류 회장이 국민과 약속한 3가지 외 한가지 꼭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국민 경제교육을 맡아줬으면 한다. 우리나라 경제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10대 경제강국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0월~11월 초·중·고교 학생 각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 이해력 조사에서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 60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조사 때보다는 소폭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경제 관련 별도 과목이 없다. 고등학생이 되면 경제를 선택과목으로 배울 수 있지만, ‘어려울 것 같다’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외면당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한 학생은 1.5%에 그쳤다. 2023학년도 수능에선 1.1%에 불과했다.
이처럼 청소년시절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보니 성인이 된 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전국민 경제이해력 조사의 평균 점수는 56점으로 낙제 수준이다.
교육현장의 선생님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전국 초·중·고 사회·경제 수업 담당 교사 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9.3%의 교사가 지난 2년간 경제수업 관련 직무연수를 받지 못했다. 수업 시간 등이 부족하다보니 진도도 마치지 못한다. 교과 진도를 100% 달성한 학교는 20~30%에 불과하다. 교사 10명 중 8명 가량은 “경제 교육 수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경제교육의 1차적 책임은 학교에 있다. 하지만, 경제 단체들의 역할도 학교 못지 않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도 전경련 시절 교사, 군인, 경찰, 사법연수생, 주한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에 적극 나선 적이 있다.
지난 2017년까지 해마다 두 차례 전국 초·중등교사 경제교육 역량강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최신 경제교육 노하우를 일선 교사들에게 전달하고 동시에 시장경제에 있어서 기업가들의 역할과 중요성 등을 강조해왔다. 한경협은 지난 2016년 주부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장경제교육 강사도 양성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2017년 이후 한경협은 경제교육 관련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한경협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대국민 소통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국민 경제교육을 책임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듯이, 경제교육,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기업가 및 기업 활동에 대한 국민들 이해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경제교육이야말로 한경협이 가장 잘 알고, 또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다. 학교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고 현장감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콘텐츠를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직 임원 등 강사진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와 기업활동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높여 기업의 든든한 후원군을 양성해내는 게 대정부 로비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값어치있는 일일 것이다. 한경협이 이번에 새로 만든 윤리헌장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확산과 강화에 진력을 다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기업과 기업가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단단한 반석위에서 맘놓고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한경협의 최우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