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사회도... 실생활 욕구 채워 줄 경제교육이 없다" -[한국일보] 박재완 회장 인터뷰 20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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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벌리는 경제문맹]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회원사 콘텐츠 질 끌어올리고
디지털화해 기회 격차 줄일 것"
"대학의 교양과목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일반론적이고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요."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이 진단하는 취약계층 경제교육의 현주소다. 그는 "생애주기로 봐도 청소년, 청년, 노인의 눈높이가 다르다"며 "공급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주제, 예컨대 '알뜰한 소비'나 '저축·투자의 필요성'에 머무르다 보니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욕구와 동떨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정무수석 및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그런 그가 2월부터 45개 학교 밖 경제교육단체의 협업을 이끌게 된 것은 "경제교육이 담보될 때 개인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창의성과 개성도 극대화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경제교육단체협의회에는 공공기관, 5개 경제단체, 금융그룹, 언론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취약계층 경제교육을 '심화 응용 과목'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회원사 교육콘텐츠 질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게 박 회장 포부다. 그는 "지금은 높낮이의 차이가 난다"며 "회원사들이 모범 사례를 참조해 수요자 욕구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조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교육기회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흥미 유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회가 된다면 상담교육도 추진해 볼 생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 현황 및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미혼모의 경우 양육을 병행해야 하고 부채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집합 교육보다는 전문가 개별 상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직접 예산을 투입하지 못해도, 정부와 회원사들에 콘텐츠 생산을 촉구 내지 독려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학교 안에서 경제가 외면받는 것도 "수요자의 목소리가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엔 학생 20%가 선택했는데, 지금은 2% 정도로 확 줄었다"며 "학생 실생활 및 눈높이와 동떨어진 내용, 교사 지원 미흡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경제가 일반 선택과목에서 제외되면서 학생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박 회장은 그러나 "수능에서의 선택은 기술적으로 경제를 공부하게 하는 것일 뿐"이라며 "학생들이 경제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 한두 개의 핵심개념이라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교육과정 개편이 전화위복의 기회"라며 "새 교과서 집필에 참고할 경제개념 해설집, 교수·학습자료 등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경제교육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