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탈북민 등 취약층 맞춤 경제교육 확대" -회장 인터뷰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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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경제교육 콘텐츠가 없는 게 아니죠.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 디지털화해서 보급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달 21일 정기 총회를 통해 경제교육단체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교육의 상향 평준화와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재완 회장은 지난 17일 매일경제와의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많은 곳에서 각자 콘텐츠를 생산해 경제교육을 하고 있지만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며 "협회 회원사들 가운데 모범 사례나 우수 강사들을 발굴해 교재나 강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의회가 중심이 돼서 콘텐츠 만족도 조사나 평가 작업을 통해 품질 좋은 교재의 기준을 세우고,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개선된 콘텐츠를 보급한다는 게 박 회장의 구상이다.
2017년 출범한 경제교육단체협의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와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45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경제교육 실태 조사와 우수 교육 사례 선정 및 시상, 각종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박 회장은 경제교육이 공급은 많은데도 효과가 떨어지고 적극적인 수요가 없는 것은 교육 내용이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학습 콘텐츠들이 흥미를 유발해 수요가 생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올 상반기까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학습교재의 지침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 간에 경제교육 수급 괴리가 심각한데, 이는 강사 확보부터 교육 수준에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우수 콘텐츠들을 디지털화해서 적극 보급해 격차를 줄여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 국민 경제 이해력 조사 결과, 응답자 중 88%는 학교 수업 외에 '교실 밖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3년 내에 경제교육을 받은 사람은 2%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경제교육을 받았더라도 연간 1~2시간으로는 크게 모자란다"면서 "교실 밖 경제교육을 좋은 콘텐츠와 함께 지속적으로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수요자에 따른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예컨대 고령자나 탈북민 같은 사회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경제교육 대상 범위가 넓은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교수 중 한 명이 유대인이었는데 그 교수는 형편이 넉넉했지만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대주지 않고 스스로 벌어 학교에 다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일부 학부모는 대학원 학비까지 대준다고 했더니 자녀 교육에 좋지 않고 미래 경제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책임지는 원칙 같은 것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부를 쌓고 돈을 버는 경제활동을 자연스레 체득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14~16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기업의 역할과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점을 우리나라도 배워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 초·중·고 교과서에서 기업가로 거론되는 분은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뿐"이라며 "우리나라 성장의 토대를 만든 기업인들의 공로에 대해 학교에서 더 많이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의 경제교육이 이론 학습이나 투자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경제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 다양성, 개방, 경쟁, 협업과 같은 덕목들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제17대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2011~2013년)을 지냈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성균관대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김병호 기자 / 사진/김호영 기자 /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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