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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부터 다른 단풍국의 경제 교육…사업계획부터 판매까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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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EE 작성일24-07-21 09:40 조회6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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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통신원

어린 기업가들의 첫걸음, '청년 사업가 쇼'
재정 교육의 필요성 강조, 고등학교 금융 지식 시험 도입
한 학기 동안 구상한 사업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모습. 종이접기, 다양한 DIY 용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어린 기업가들이 판매하고 있다. 몽튼 에버그린 파크 스쿨 'Young Entrepreneur Show' 프로그램 진행 모습. 2024.06. 04/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대부분의 학교는 학기 말을 맞이하여 다양한 마무리 활동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이다. 나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한 주 동안 수업보다는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이 가득 차 있고, 마침 학부모를 초대하는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내 아들은 한 학기 동안 사회 시간에 경제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 교과서가 없어서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최근 몇 주간 그가 집에 돌아오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대형 도화지에 포스터를 만들고 있어서 뭔가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뭘 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요즘 사회 시간에 '비즈니스 플랜(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다. 'Power Play Young Entrepreneurs(청소년 기업가들의 도전)'로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사업 구상을 하는 수업이라고 한다.

말이 거창하다. 비즈니스 플랜? 5학년이 무슨 비즈니스? 아이의 말에 따르면, 2학기가 시작되면서 사회 과학(Social Science) 시간에 본인이 판매할 물건을 정하고 그것의 재료비를 책정하며, 누구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 어떻게 팔 것인지, 순수익은 얼마인지를 계산하고 판매 전략을 짜는 수업을 하고 있단다. 학기가 끝날 때 그 물건을 직접 판매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 고민한 아들의 아이템은 ‘K-ddakji’(한국 딱지)였다. 특별히 손재주가 없는 것을 떠나 '똥손'에 가까운 아이라서 딱히 할 게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아이가 쥐어짜서 생각한 게 딱지였는데 나는 그 아이템을 보는 순간 저걸 누가 사기나 할까? 애들이 딱지도 모를 텐데, 게다가 결국은 그냥 단순한 종이접기인데… 엄마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 자신감이 실망으로 돌아올까 걱정이 되어 다른 아이템을 추천해 보았지만, 아들은 자신의 딱지 아이디어를 단호하게 선택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딱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종이를 발견하고 나는 그 자신감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설문조사의 대상자는 4학년 이하의 약 30명의 학생이었는데, 딱지를 팔면 사겠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몇 개 정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를 꼼꼼히 조사해서 응답자의 이름과 대답까지 표로 정리하고 다른 종이에는 통계를 내서 그래프까지 만들어 놨다.

나는 딱지 하나 파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시장 조사가 기특하고 신기하며 이런 참여형 실습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교육하고 있다는 게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드디어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계획했던 사업을 펼치는 날이 되었다. 'Young Entrepreneur Show(어린 기업가의 쇼)'라는 이름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나의 어린 기업가 아들을 보기 위해 학교 강당에 들어서니, 5학년 아이들이 각자 부스를 차려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캐나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는 주로 밖에서 몸으로 활동을 하거나 실내에서 손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며 노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 친구들의 부스는 매력적인 물건들이 많았다. 씨앗을 키운 모종, 반려동물 쿠키, 구슬 팔찌, 배지, 직접 그린 그림 등 솜씨는 다소 부족해 보이기도 했지만, 다양한 아이템들이 있었다.

반면에 캐나다 봉이 김선달도 많이 보였다. 아주 작은 병에 그냥 모래를 담아 2달러(약 2천 원)에 팔거나, 돌멩이에 그림이나 글씨 하나 써놓고 1달러(약 1천 원)에 파는 친구들도 있다. 저걸 누가 살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불티나게는 아니라도 간헐적으로 팔리고 있었고 나도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에 끌려 몇 개 샀다.

학기를 마칠 무렵, 아들이 직접 만든 K-딱지를 판매하고 있다. 색이 영롱한 한국식 색종이로 칼각을 맞춰 접었다. 이날 장사는 목표 수익 60달러를 달성했다. 2024.06.04/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아들의 사업 결과는…대성공이었다. 딱지 하나에 1달러(약 1천 원)에 팔려고 했으나 5센트(약 5백 원)로 가격을 내린 게 신의 한 수였고, 대충 만들어도 빛이 나는 한국의 색종이가 한몫했다. 아들은 완판 신화를 이뤄냈고, 결국 본인이 목표했던 60달러(약 6만 원)를 벌었다. 수익금의 10%는 무조건 학교에 기부하고 나머지 돈은 본인이 집으로 가지고 가면 된다.

한여름 공원에서 1달러(약 1천 원)에 레모네이드를 판 초등학생들, 봄이 되면 집 초인종을 눌러 유리를 닦겠느냐고 제안한 중학생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자기 집 담장에 염색한 티셔츠를 걸어 판 초등학생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어릴 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에 대해 궁금했는데, Young Entrepreneur Show를 보고 나니 내가 가졌던 의문들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들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학교나 집에서 경제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 필요한 돈을 벌어 보고, 사회를 위한 기부의 중요성을 배우며 돈의 개념과 가치를 익히며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만 15세 이상이 되면 합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주말 마트 계산대에는 계산원으로 일하는 고등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공원에서는 어린아이들과 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캐나다 교육부는 경제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도 자녀에게 성과 마약, 음주와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재정적 책임감을 기르고, 미래를 위해 지혜롭게 금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준비시키기 위해서다.

초등학생의 경우 모든 주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수학이나 사회 같은 필수 과목 중에 금융이나 소비생활에 대한 부분을 가르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것에 대한 것부터 가르치며 올바른 소비와 절약에 대해 가르치고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돈을 벌고 소비하는 개념에 대해 교육한다.

2025-26학년도부터 캐나다의 고등학생들은 새로운 금융 지식 시험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 시험은 10학년 수학 교과과정에 포함될 예산 관리, 주택 구매를 위한 저축 등과 같은 금융 지식 주제를 포함할 예정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금융 지식 없이 졸업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 추가된 교육 내용은 학생들에게 은퇴 및 주택 소유와 같은 중요한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돈의 관리 방법과 금융 사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학년 학생들은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최소 70%의 점수를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경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들의 첫 사업으로 얻은 이익은 초등학생이 갖고 있기에 작은 돈은 아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한테 맡기라고 하겠지만 이번에는 아들에게 모든 책임을 일임했다. 돈을 버는 것만큼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비즈니스를 준비하며 돈에 대한 많은 개념이 정립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돈을 버는 것만큼 소비의 중요성도 배웠을 테니, 기부하거나 본인이 필요한 것을 사는 것도 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이는 학교에서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아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이제 한 걸음을 떼었다. 이제 뒤에 서서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남희 통신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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